칼럼 최종 수정

뇌출혈 판독 AI, '고영향' 아니라는 판정의 공백

뇌출혈 판독 AI가 고영향 의료기기 사전검토에서 제외된 사례로, 인공지능기본법상 사전검토 의무가 왜 확인되지 않는지와 병원이 AI 제안서를 검토할 때 함께 물어야 할 질문을 정리합니다.

병원이 AI 의료기기를 들여올 때, “이 AI는 위험도가 높은 편인가요?”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공적인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드러난 사례를 보면, 이 판단이 상당 부분 업체의 자체 판단에 맡겨져 있고, 정부는 그 판단이 맞게 이뤄졌는지조차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출혈을 판독하는 AI 의료기기를 둘러싼 이번 사례는 병원 행정이 AI 제안서를 검토할 때 무엇을 더 물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뇌출혈 판독 AI, 왜 ‘고영향’이 아니라고 했을까

문제가 된 기기는 뇌 CT 영상을 분석해 출혈 유무와 출혈량을 계산하고, 판독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정렬해주는 식약처 3등급 의료기기입니다. 식약처 3등급은 중증도의 잠재적 위해성을 가진 기기로 분류되는 등급입니다. 이 기기를 만든 사업자는 제품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고 최종 판단은 의료진이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고영향 AI’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고영향 AI 확인 전문위원회가 의료진의 실질적인 개입 여부와 AI가 진단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를 토대로 이 기기를 고영향 AI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을 문제로 지적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판독 순서를 정하는 기능까지 단순한 진단 보조로 볼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의학신문·메디파나뉴스, 2026년 10월 6일 보도).

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뇌출혈 환자가 입원 뒤 30일 안에 사망할 확률이 약 35%라고도 짚었습니다(미디어오늘, 2026년 10월 6일 보도). 판독 순서를 자동으로 정렬하는 AI라면, 이 순서에 오류가 생겼을 때 위급한 환자의 판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전검토는 의무인데, 실시 여부는 누구도 확인하지 않는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제도의 구조입니다. 현행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자신이 만든 AI가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를 스스로 사전검토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검토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거나 등록할 의무는 없습니다. 검토를 했는지, 어떤 근거로 결론을 냈는지는 사업자만 알고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8월 31일 기준 식약처가 허가한 2등급 이상 AI 의료기기는 538건(2등급 446건, 3등급 92건)이고 제조업체는 171곳인데, 그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고영향 여부 확인을 요청한 업체는 3곳뿐이었습니다. 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전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과기정통부는 사전검토를 실제로 실시했는지 별도로 점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고영향 AI로 분류되면 위험관리 방안, 이용자 보호 방안 등 더 강화된 의무가 따라붙는데, 사전검토를 했는지조차 정부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올해 상반기 고영향 AI 확인 전문위원회가 검토한 AI 의료기기 3건은 모두 과기정통부 최종 판단에서 고영향 AI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의학신문·메디파나뉴스·이슈온 보도).

병원 행정이 제안서를 볼 때 무엇을 더 물어야 하나

이 사례가 병원 행정에 주는 시사점은 “고영향 AI가 아니다”라는 업체의 설명을 그 자체로 안전성의 증명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영향 여부는 정부가 별도로 검증한 결과가 아니라, 업체가 스스로 내린 판단일 수 있습니다. AI 제안서를 검토할 때는 다음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식약처 등급(몇 등급인지)과 고영향 AI 해당 여부를 업체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문서로 요청합니다.
  • “의료진 최종 판단을 거친다”는 설명이 실제 업무 흐름에서 판독 순서·우선순위에 AI가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것인지 따져봅니다.
  • 고영향 여부 확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했는지, 요청했다면 그 결과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이런 질문은 기술적 지식이 아니라 제안서를 읽고 되묻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제도가 아직 사전검토 결과를 공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 공백을 채우는 첫 단계는 병원이 직접 묻는 것입니다.

핵심 요약

뇌출혈 판독 AI가 ‘고영향 AI’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은 업체의 사전검토와 과기정통부의 판단으로 내려졌고, 사전검토를 했는지 확인할 공적 장치는 아직 부족합니다. 식약처 2등급 이상 AI 의료기기 538건 중 고영향 여부 확인을 요청한 곳은 3곳뿐이라는 수치가 이를 보여줍니다. 병원이 AI 의료기기 제안서를 검토할 때는 업체의 고영향 여부 판단 근거와 그 판단을 정부에 확인받았는지를 함께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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