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구

외국인 환자 안내문 AI 번역 주의사항 — 행정·간호 실무

번역 AI로 다국어 안내문·퇴원 설명을 만드는 병원이 늘고 있습니다. 정확도가 높아도 남는 소수의 오류가 왜 문제인지, 최신 AI도 언어에 따라 편차가 큰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행정·간호 실무에서 확인할 점을 두 편의 의학 연구를 근거로 쉽게 정리합니다.

외국인 환자를 맞는 병원이 늘면서 다국어 안내문이 실무의 일이 되었습니다. 접수 절차, 검사 전 주의사항, 퇴원 후 복약 안내처럼 꼭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여러 언어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 통번역은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문장을 넣으면 즉시 다른 언어로 바꿔 주는 번역 AI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번역 AI의 성능은 대체로 “거의 맞다” 수준입니다. 문제는 병원 안내문에서는 바로 이 ‘거의’가 위험하다는 데 있습니다. 복약 방법이나 재방문 시점을 알려주는 한 문장이 반대로 번역되면, 그 한 문장 때문에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번역 AI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 믿고 어디서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지를 두 편의 연구로 짚어 보려 합니다.

대부분 맞지만, 그 ‘대부분’이 함정입니다

미국 연구진이 실제 응급실 퇴원 안내문 100건(문장으로는 647개)을 구글 번역기로 스페인어와 중국어로 바꿔 정확도를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는 스페인어 문장의 92%, 중국어 문장의 81%가 정확하게 번역됐습니다(JAMA Internal Medicine, 2019).

숫자만 보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92%라는 말은 100문장 중 8문장쯤은 뜻이 어긋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그 오류의 성격입니다. 연구진은 잘못 번역된 문장 가운데 ‘임상적으로 중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따로 셌습니다. 쉽게 말해, 잘못된 번역이 환자에게 실제로 해가 될 수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그 비율이 전체 문장 기준으로 스페인어는 2%(15문장), 중국어는 8%(50문장)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오류가 번역기 자체보다 원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봤습니다. 원문에 오타가 있거나, 문장이 길고 복잡하거나, 줄임말·전문용어가 많으면 번역이 더 자주 어긋났습니다. 그래서 결론도 분명했습니다. 기계 번역 안내문에는 주의 문구를 붙이고, 구두 설명과 원문을 함께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최신 AI라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 언어별 편차

“그 연구는 오래된 번역기 이야기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최근의 인공지능 번역을 확인한 연구도 있습니다. 2025년에 나온 다른 연구는 요즘 쓰이는 신경망 방식의 AI 번역과 전문 번역가의 번역을 직접 비교했습니다. 대상 언어는 중국어(간체)·소말리어·스페인어·베트남어 네 가지였습니다(JAMA Network Open, 2025).

결과를 보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됐는가’를 매긴 점수에서 AI 번역이 전문 번역보다 전반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언어에 따라 차이가 컸다는 점입니다. 스페인어는 임상적으로 영향을 주는 오류에서 사람 번역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나머지 언어, 특히 소말리어에서는 AI 번역이 확연히 나빴습니다.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AI 번역은 인터넷에 쌓인 방대한 문장을 학습해 작동합니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쓰는 사람이 많고 자료가 풍부한 언어는 잘 번역하지만, 사용자가 적어 학습할 자료가 부족한 언어는 실력이 떨어집니다. 병원 입장에서 뒤집어 보면, 가장 통역이 아쉬운 소수 언어일수록 AI 번역을 믿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정확도는 언어마다 다르므로, “AI 번역은 정확하다”고 뭉뚱그려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확인할 점

두 연구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번역 AI는 초벌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도구이지, 그대로 배포해도 되는 완성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지킬 원칙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원문부터 쉽게 씁니다. 오류는 원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문장, 줄임말·전문용어 최소화, 오타 점검이 번역 품질을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 안전과 직결된 문장은 사람이 확인합니다. 복약 방법, 용량, 재방문·응급실 방문 시점처럼 틀리면 위험한 문장은 해당 언어를 아는 사람이 되짚어야 합니다.
  • 원문을 함께 제공합니다. 번역본만 주지 말고 한국어(또는 영어) 원문을 나란히 남겨, 애매할 때 대조할 수 있게 합니다.
  • 소수 언어일수록 전문 통번역에 기댑니다. AI가 특히 약한 영역이므로, 자료가 적은 언어는 처음부터 사람의 도움을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 동의서·법적 문서는 AI 초벌 후 반드시 전문 검수를 거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안내문 원문에 환자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넣어 외부 번역 서비스에 올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 점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병원 업무에 쓸 때의 주의와 같은 원칙입니다. 도구를 고를 때 확인할 항목은 도입 체크리스트와도 이어집니다.

핵심 요약

  • 번역 AI는 대체로 정확하지만, 남는 소수의 오류가 병원 안내문에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구글 번역기의 정확도는 스페인어 92%·중국어 81%였고, 잘못된 번역 중 일부는 임상적으로 중대한 위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전체 문장의 스페인어 2%·중국어 8%).
  • 최신 AI 번역도 언어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자료가 풍부한 언어는 잘하지만, 소말리어처럼 사용자가 적은 소수 언어일수록 오류가 많았습니다.
  • 번역 오류는 원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문을 짧고 쉽게 쓰는 것이 번역 품질을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 복약·용량·재방문처럼 안전과 직결된 문장은 사람이 확인하고, 원문을 함께 제공하며, 소수 언어와 법적 문서는 전문 통번역·검수를 거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