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로 '안 올 환자'를 미리 맞힌다면 — 예약부도 예측의 쓸모와 함정

예약부도(노쇼)를 AI로 미리 예측하자는 제안이 늘고 있습니다. 16만여 건 분석 연구와 메타분석을 근거로, AI 예측의 근거와 '예측'이 '차별'이 될 수 있는 이유, 예약 실무가 챙길 기본을 정리합니다.

외래 진료에서 예약을 해 놓고 오지 않는 것을 ‘예약부도’ 또는 ‘노쇼(no-show)‘라고 합니다. 예약부도가 생기면 그 시간대가 비고, 정작 그 자리를 기다리던 다른 환자는 더 늦게 진료받게 되며, 미리 준비해 둔 인력과 장비도 헛돌게 됩니다. 병원 행정과 예약·간호 실무가 오래 씨름해 온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이 예약부도를 AI로 미리 예측하자는 제안이 늘고 있습니다. “누가 안 올지 미리 알면, 그 자리에 다른 환자를 넣거나 미리 연락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 예약을 관리하는 실무의 눈높이에서 짚어 봅니다.

AI는 무엇을 보고 ‘안 올 사람’을 고르나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의 외래 예약 16만여 건을 분석해 예약부도를 예측한 연구가 있습니다(npj Digital Medicine, 2022). 이 병원의 예약부도율은 20.3%였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인공지능 모델로 ‘이 예약은 안 올 것 같다’를 가려내려 했는데,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뜻밖에 단순했습니다. 바로 그 환자의 과거 예약부도 이력이었습니다. 전에 안 온 적이 있는 사람이 또 안 오는 경향을 AI가 학습한 것입니다.

이 사실은 AI 예측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정교한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통찰을 주는 게 아니라, 대체로 ‘과거에 못 왔던 사람이 이번에도 못 온다’를 정리해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조심할 점이 시작됩니다.

‘예측’이 ‘차별’이 되지 않으려면

과거에 예약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해 보면 문제가 보입니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거나, 일을 빼기 어렵거나,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등 여러 사정이 겹친 사람일수록 예약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즉 예약부도 위험이 높게 나오는 사람은 이미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연구의 저자들도 예약부도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과 겹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AI가 ‘안 올 것 같다’고 표시한 환자를 병원이 어떻게 대하느냐가 갈림길입니다. 연구진은 이런 취약 계층 환자가 예측 결과 때문에 ‘덜 좋은 시간대’로 밀려나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다른 환자를 겹쳐 예약(오버부킹)하거나 불편한 시간대로 몰아 준다면, 이미 어려운 사람을 더 불리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예측 자체보다 그 예측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문제입니다. 참고로 이 연구진은 인종과 관련된 변수를 일부러 빼고도 예측 성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빠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떤 정보를 ‘넣지 않을지’도 설계의 일부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도구가 특정 집단을 체계적으로 다르게 대할 수 있다는 문제는 앞서 알고리즘 편향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AI 예측보다 먼저 확인할 기본

예약부도를 줄이는 방법 중에는 AI보다 훨씬 단순하면서 근거가 탄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예약 알림(리마인더)입니다. 여러 무선배정 비교시험(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개입의 효과를 재는 연구)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 알림을 보낸 경우 진료 참석률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11% 높았습니다(위험비 1.11, 95% 신뢰구간 1.05–1.19)(Journal of Hospital Management and Health Policy 메타분석). 특히 전화 알림이 문자(SMS)보다 효과가 더 일관되게 나타났습니다.

‘약 11%‘는 극적인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값이 싸고, 준비가 간단하며, 무엇보다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 특정 집단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화려한 예측 모델을 들이기 전에, 병원이 물어야 할 순서는 이렇습니다.

  • 기본부터 갖췄는가. 자동 예약 알림처럼 근거가 분명한 방법을 이미 쓰고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예측을 무엇에 쓸 것인가. AI 예측을 들인다면, 그 결과를 환자를 ‘거르는’ 데가 아니라 ‘돕는’ 데—알림을 한 번 더 보내거나, 교통·보육처럼 참석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파악하는 데—쓰도록 설계합니다.
  • 누가 불이익을 받는가. 오버부킹이나 시간대 조정이 특정 환자군에게만 반복해서 돌아가지 않는지 살핍니다.

핵심 요약

  • 예약부도(노쇼)는 빈 진료 시간과 대기 지연을 낳는 오랜 운영 문제이고, 이를 AI로 미리 예측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 한 대형 연구에서 예약부도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과거 예약부도 이력’이었습니다. AI는 대체로 ‘전에 못 온 사람이 또 못 온다’를 정리해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 예약부도 위험이 높은 사람은 교통·직장·돌봄 등 이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을 오버부킹이나 불편한 시간대로 미는 식으로 예측을 쓰면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 예약 알림 같은 단순한 방법은 참석률을 약 11% 높인다는 탄탄한 근거가 있고 모든 환자에게 공평합니다. AI 예측을 검토하기 전에 이런 기본부터 갖추고, 예측은 환자를 ‘거르는’ 대신 ‘돕는’ 데 쓰도록 설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