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AI가 진료·간호 기록을 대신 써 준다면 —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의 근거와 한계

진료실 대화를 듣고 기록 초안을 만드는 'AI 스크라이브'가 문서 부담을 덜어 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작위배정 시험과 5개 대학병원 연구를 근거로 실제 효과와 확인할 점을 정리합니다.

병원에서 기록 업무는 오래된 부담입니다. 진료와 간호의 상당한 시간이 환자를 마주하는 대신 화면 앞에서 기록을 남기는 데 쓰입니다. 중환자·급성기 간호사들의 전자의무기록(EHR) 사용을 분석한 2024년 연구에서는, 플로우시트(활력징후 등을 시간대별로 적는 표)와 투약기록 작성에 가장 많은 시간이 들었고, 시스템 자체의 낮은 사용성이 부담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Cho 외, JAMIA 2024).

이 부담을 덜어 줄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입니다. 진료실의 대화를 듣고 인공지능이 기록 초안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를 말합니다(‘앰비언트’는 주변에서 조용히 듣는다는 뜻, ‘스크라이브’는 받아 적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말하는 동안 AI가 요약본을 만들어 두면, 담당자는 처음부터 쓰는 대신 확인·수정만 하면 된다는 구상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시간이 줄어들까요. 최근의 두 연구를 봅니다.

무선배정 시험: 효과는 있지만 도구에 따라 갈렸습니다

2024년 말 미국에서 외래 의사 238명을 세 무리로 무작위로 나눠, 두 종류의 AI 스크라이브 도구와 기존 방식을 비교한 시험이 있습니다(Lukac 외, NEJM AI 2025). ‘무선배정 시험’은 참여자를 우연에 맡겨 나눠, 도구 자체의 효과를 공정하게 견주는 방법입니다.

결과는 도구에 따라 달랐습니다. 한 도구(Nabla)를 쓴 의사들은 기록 한 건을 쓰는 시간이 평균 4분 30초에서 3분 49초로 줄었고, 대조군보다 감소폭이 약 9.5% 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였습니다. 반면 다른 도구(DAX)는 대조군과 견줘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번아웃·업무 부담을 재는 설문에서도 약간의 개선이 있었지만, 더 큰 연구로 확인이 필요한 수준이었습니다. 즉 ‘AI 스크라이브’를 한 묶음으로 볼 게 아니라, 제품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띕니다.

더 큰 현실 연구: 줄긴 줄되, 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발표된 더 큰 연구는 미국 5개 대학병원의 의료진 8,581명을 분석했습니다. 이 중 1,809명이 AI 스크라이브를 도입했고, 나머지는 쓰지 않은 대조군이었습니다(Rotenstein 외, JAMA 2026). 도입한 쪽은 하루 문서 작성 시간이 약 16분(약 10%), 전자의무기록에 머문 총 시간이 약 13분 줄었습니다.

절약폭은 크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특히 진료의 절반 이상에서 이 도구를 쓴 사람, 즉 자주 쓴 사람일수록 효과가 컸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들여만 놓고 가끔 쓰면 기대한 만큼 시간이 줄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도입을 검토하는 행정·간호가 확인할 점

먼저, 제품 선택과 시범 운영이 중요합니다. 위 시험에서 두 도구의 결과가 갈렸듯, ‘AI 스크라이브면 다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 기관의 현재 기록 시간을 먼저 재 두고, 작은 규모로 시범 도입해 실제로 줄어드는지 확인한 뒤 판단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초안은 반드시 사람이 확인해야 합니다. AI가 만든 요약은 빠뜨리거나 잘못 옮길 수 있고, 기록은 법적·임상적 책임이 따르는 문서입니다. 앞서 다룬 자동화 편향처럼, 그럴듯한 초안일수록 검토를 건너뛰기 쉽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셋째, 개인정보입니다. 이 도구는 환자와 나눈 대화를 녹음·전송해 처리합니다. 녹음 고지와 동의, 그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저장·활용되는지는 외부 업체와 데이터를 나눌 때 확인할 항목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탄탄한 근거는 대부분 외래 ‘의사’를 대상으로 쌓인 것입니다. 간호 기록에 특화된 대규모 근거는 아직 쌓이는 중이므로, 간호 현장에 들일 때는 더 신중하게 시범 운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 요약

  •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는 대화를 듣고 기록 초안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입니다.
  • 무선배정 시험에서 한 도구는 기록 시간을 유의미하게 줄였지만 다른 도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제품마다 결과가 다릅니다.
  • 5개 대학병원 대규모 연구에서 하루 약 16분(문서)·13분(EHR)이 줄었고, 자주 쓸수록 효과가 컸습니다.
  • 절약폭은 대체로 ‘크지 않지만 분명한’ 수준입니다. 시범 운영으로 자기 기관의 효과를 확인하고, 초안의 사람 검토와 개인정보 처리를 반드시 함께 챙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