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리뷰

망막 사진으로 치매를 미리 본다는 AI — 검진센터가 먼저 따져볼 것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건강검진 안저 사진만으로 치매를 선별·예측하는 AI를 개발해 npj Digital Medicine에 실었습니다. 성능 지표 0.75가 무슨 뜻인지, 검진센터가 도입 전 따져볼 점을 정리합니다.

건강검진에서 안저(눈 안쪽) 사진은 이미 흔히 찍습니다. 녹내장이나 당뇨망막병증을 보려고 찍은 이 사진 한 장으로 치매 위험까지 가늠할 수 있다면, 검진 항목을 늘리지 않고도 새 정보를 얻는 셈입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바로 이 방식의 AI 모델을 만들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다만 논문에 적힌 성능 숫자를 “이 정도면 검진에 바로 쓸 만하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무엇을 예측한 모델인지, 숫자가 실제로 무슨 뜻인지, 그리고 검진센터 운영을 맡은 행정·간호 입장에서 도입 전 따져볼 점을 정리합니다.

무엇을 예측한 모델인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서울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 한창호 연구조교수, 자이메드㈜ 공동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을 받은 3만 6,322명의 안저 사진 10만 8,008장을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안저 사진을 찍은 전후 2년 안에 치매를 진단받은 사람은 1,001명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안저 사진을 대량으로 미리 학습한 기반 모델(RETFound)을 가져와 한국인 검진 자료에 맞게 추가로 학습시켰습니다. 이렇게 만든 모델이 (1) 지금 치매가 있는지 가려내는 일과 (2) 앞으로 치매가 생길지 예측하는 일을 각각 얼마나 해내는지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2026년 8월 국제 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에 실렸습니다.

0.75와 0.812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나

현재 치매를 가려내는 성능은 AUROC 0.750, 앞으로의 발병을 예측하는 성능은 C-index 0.812로 보고됐습니다. 두 지표의 뜻은 비슷합니다. 사람 두 명을 아무렇게나 뽑아 “둘 중 누가 치매에 더 가까운가”를 모델에게 맞히게 했을 때, 100번 중 75번(또는 81번)을 맞혔다는 의미입니다.

기준점이 중요합니다. 근거 없이 찍어도 100번 중 50번은 맞습니다. 그러니 0.75는 찍는 것보다 분명히 낫지만, 뒤집으면 100번 중 25번은 순서를 거꾸로 짚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기존 위험평가 도구(CAIDE)의 현재 치매 선별 성능은 0.624였고, AI와 이 도구를 함께 쓰면 0.749에서 0.774로 조금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이런 모델은 “이 분은 치매입니다”라고 단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밀 검사나 상담을 먼저 권할 순서를 정하는 참고 자료에 가깝습니다. 선별검사와 확진검사는 다르다는 점을 검진 안내 문구에도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성능 숫자를 읽는 방법은 따로 정리한 글에 더 담았습니다.

검진센터가 도입 전 따져볼 점

이미 찍는 사진을 재활용한다는 점은 운영 부담이 적어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연구팀 스스로 밝힌 한계가 도입 검토에서는 성능 숫자보다 중요합니다.

첫째, 한 기관의 검진 수검자만으로 만든 모델입니다. 환자 구성이 다른 곳에서도 같은 성능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고, 연구팀도 다른 인종·국가에서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외부 검증 문제는 예전 글에서도 다룬, 의료 AI에서 반복되는 지점입니다.

둘째, 치매 여부를 진단명과 약 처방 기록으로 정의했습니다.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았거나 약을 쓰지 않는 초기 단계인 사람은 ‘치매 아님’으로 분류됐을 수 있습니다.

셋째, 위험이 높게 나온 수검자에게 검진센터가 실제로 무엇을 할지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신경과 연계 경로, 결과를 전하는 방식, 위험이 낮게 나왔다가 나중에 치매가 확인된 경우를 어떻게 감당할지까지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수검자에게 불안만 남기고 끝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건강검진 안저 사진 10만여 장으로 치매를 선별·예측하는 AI를 만들어 2026년 8월 ‘npj Digital Medicine’에 발표했습니다.
  • 성능은 현재 치매 선별 AUROC 0.750, 향후 발병 예측 C-index 0.812로, 두 사람 중 누가 더 치매에 가까운지 100번 중 75~81번 맞히는 수준입니다. 찍는 것(50번)보다 낫지만 단정에는 못 씁니다.
  • 한 기관 자료로만 만들었고 외부 검증이 아직 없어, 다른 병원에 그대로 옮기기는 이릅니다.
  • 선별은 확진이 아닙니다. 위험이 높게 나온 수검자를 어디로 연계하고 어떻게 사후 관리할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출처: 라포르시안, “서울대병원, 망막 사진으로 치매 선별·예측 AI 모델 개발”(2026.08.28) · 하이닥, “눈 사진으로 치매 위험 본다…망막 사진 딥러닝”(2026.08)